네바다(Nevada) 법인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 미국이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법인의 총 세율은 순이익(taxable income)의 22% 정도. 커네티컷은 이보다 1%가 높은 23% 정도. 그런데, 회사가 뉴욕시 안에 있다면, 뉴욕시 법인세 약 10%가 추가되어, 뉴욕시 법인의 총 세율은 32%로 올라간다. 순이익 5만 달러까지가 이렇다. 단순비교는 무리지만, 뉴욕시 법인들은 한국(11%)보다 3배나 높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
사실 1993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최고세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 30개의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내렸다. 독일은 최고세율에서 22%를 내렸고, 캐나다 또한 최고세율에서 13%를 내렸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러시아조차 최고세율이 20%이고, 중국도 25%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권투로 비유하자면, 우리 미국 회사들은 외국 회사들과 한손으로 싸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유명한 애플은 네바다 주 리노(Reno)에 직원 몇 명의 작은 사무실을 두고 있다. 여기서 제품을 만들지도, 고객 서비스를 하지도 않는다. 본사도 캘리포니아에 있다. 그러나, 200마일 떨어진 네바다 주에 사무실을 두는 이유는 단 한가지 – 세금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법인세는 9%이지만, 네바다 주의 법인세는 0%.
어떤 회사의 금년 순이익이 3만 달러라고 하자. 만약 그 회사가 뉴욕시에 있다면 법인세를 연방 IRS에 4,500달러(15%), 뉴욕주와 뉴욕시에 5,100 달러(17%)를 내야한다. 그러나 네바다 법인이라면, IRS에 내면 끝이다. 이 경우 5천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나아가, 텍사스와 함께 네바다는 유일하게 연방 IRS와 정보교환을 하지 않는 두 개의 주다. 1년에 150달러 정도만 주면, 네바다 주소를 하나 구해서 바로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주주에 대한 정보도 공개할 필요가 없고 외국인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뚝딱 세웠다 뚝딱 없앨 수 있는 주이기 때문에, 네바다가 내외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분명히, 네바다 등 몇 개의 주들은 법인 설립과 운영에 매우 우호적이다. 한국보다 넓은 땅에, 가도 가도 사막인 곳이 살아남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주정부 법인세만 놓고 보면, 네바다 이외에도 와이오밍, 싸우쓰 다코타, 하와이, 조지아, 유타, 버지니아, 미주리 같은 주들이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로 비즈니스가 뉴욕시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오히려 뉴욕시에 법인의 주소를 두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더 낫다.
젊은 사업가들과 회사설립 상담을 하다보면, 네바다주 선호가 아주 뚜렷하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깊은 연구도 없이 단지 친구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무책임한 조언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 친구 따라 강남만 가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