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家門) 관리
<가문의 영광>이라는 영화가 있다. 같은 이름의 SBS 드라마도 인기가 있었다. 가문(家門)이라고 하면 흔히 유럽의 왕가나 카네기, 록펠러, 케네디, 경주 최씨 같은 부잣집만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도 엄연히 훌륭한 미국의 가문이 될 수 있다.
이민 역사 110년. 이제는 자녀들이 앞으로 미국 땅에서 뻗어나갈 훗날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내 자녀와 손자 손녀로 이어지는 가문의 뿌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국 이민 1세대인 우리가 할 일이다.
케네디 가문의 최고 이민자도 보스톤에서 장사를 하는 것으로 미국에서의 가문을 열었다. 우리도 먼 훗날 내 미국 가문의 시초를 일군 훌륭한 조상으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나?
오늘 당장 할 일은 전체 가계도를 그려보는 일이다. 내가 누구로부터 태어나서 누구와 결혼을 했으며, 누구를 낳았는지 그림과 선으로 연결해보는 것이다. 거기에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직업 등을 적으면 그것이 바로 가문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누구는 한국에 있을 테고 그중 누구는 미국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부모가 만들어 줘야 할 자녀가 가질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자녀를 기회의 땅, 미국에서 키우니 우선 50%는 할 일을 했다. 나머지 50%는 그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원하는 직장과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고, 더 훌륭한 자녀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이 남아있다. 그것이 미국 가문의 시작인 우리가 할 숙제다.
앤써니 홉킨스가 주연한 영화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은 그가 100년 전, 영국 한 가문의 집사로 지냈던 내용이다. 그는 집안의 경조사를 챙기고 재산을 관리한다. 아이들의 진학을 돕고 묵묵히 옆에서 주인을 돕는다. 이런 집사 역할을 지금은 회계사나 PB(프라이빗 뱅커)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가문은 재산과 가족(자녀), 그리고 사회라는 세 축이 하나로 관리되어야 한다. 비즈니스의 합법적인 절세 방법을 포함한 재산관리는 기본이다. 자녀의 진학과 결혼, 그리고 질병과 사망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가문 관리는 고객에 맞춰서 세밀하게 보듬고 어루만지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재산을 어떻게 정리하고 자녀에게 옮기는 것이 좋은지를 돕는 일, 각 가문들의 자녀들을 서로 연결시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리고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글로벌 라이프를 즐기기 위한 노후 준비를 돕는 일. 그런 것들이 결국 나와 같은 회계사들이 도와야 하는 가문관리의 핵심이다.
그러나 회계사가 돕지 못하는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실패한 가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사랑하는 부부, 화목한 가족, 이웃과의 나눔, 그리고 사회로부터의 존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