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은 하는 회계사
내가 처음 회계사를 시작했던 24년 전. 당시에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다녀야 했다. 복잡한 세율이나 세금 감면 규정들을 잘 외우고 있어야, 일도 빨랐고 승진도 빨랐다.
어디 그 뿐인가? 손님 회사의 매출액 같은 과거 실적이나 숫자들을 줄줄이 외우고 있어야 능력 있는 회계사였다. 기본적인 자료 기억도 없이 손님들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자살이었다.
그런데 요새 젊은 회계사들은 옛날 같은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없어 보인다. 나는 옛날에 화장실에 가서 쪽지를 다시 보고 와서 손님과 대화를 이어간 적도 있었다. 손님이 사주는 밥값은 해야지 않는가?
내 사무실에는 정식 회계사(CPA) 직원들이 셋이다. 손님과의 식사 자리에 그들과 함께 가기도 한다. 그런데 작년 매상이 얼마였고 얼마의 세금을 냈는지, 작년에 회사에 적용된 실효 법인세율은 몇 %인지도 모른다면 밥값이나 제대로 하겠나?
물론 세상이 바뀌었다. 세금 계산 프로그램들은 얼마나 좋은지 척척 알아서 계산을 다 해준다. 그래서 세율이 몇 %인지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밥값이라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일반 법인의 법인세율 정도는 외우고 있자.
세무상 순이익(달러)
뉴욕(시)
뉴저지
커네티컷
한국
50,000 달러
32%
22%
23%
11%
75,000 달러
35%
25%
26%
11%
100,000 달러
39%
29%
30%
11%
순이익 5만 달러까지를 예를 들어보자. 뉴욕주와 뉴저지주 법인의 총 세율은 세법상 순이익(taxable income)의 약 22%. 이 말은, 매출액에서 각종 원가와 비용을 공제한 뒤의 순이익이 1만 달러라면, 2,200달러의 세금을 법인세(corporation income tax)로 낸다는 뜻이다. 커네티컷은 이보다 1%가 높은 약 23%.
그런데, 회사가 뉴욕시 안에 있다면, 뉴욕시에서 별도로 징수하는 법인세 약 10%가 추가된다. 따라서 뉴욕시 법인의 총 세율은 약 32%다. 표에서와 같이, 이익이 많아지면 세율도 누진적으로 올라간다.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의 법인세율이 11%임을 감안하면, 뉴욕시 법인들은 한국보다 3배 정도 높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
손님이 ‘문 회계사, 당신들이 하는 일이 뭐가 있나’고 느낀다면 우리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것이다. 적어도 밥값 정도는 하는 회계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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