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7백만 명 실종 사건
사람들은 돈의 유혹에 약하다.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세금보고도 마찬가지다. 사실 적발될 확률은 자동차 속도위반보다도 낮다. 그래서 그 유혹의 강도가 더 높은지 모르겠다. 세금보고 제도만큼 한 개인의 양심을 심판하는, 긴 역사를 가진 제도가 또 있을까.
자,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소득이 5만 달러. 자녀 1명에 기본공제만 하면 세금은 3천 달러 정도가 된다. 그러나 자녀가 2명이면 세금은 1천 5백 달러로 줄어든다. 자녀 1명을 늘림으로써 세금을 1천 5백 달러나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주 정부 세금까지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가정을 해보자. 이제부터는 자녀의 사회보장번호(소셜 시큐리티 번호, SSN, social security number)를 적을 필요가 없다. IRS에서 그렇게 규정을 바꿨다고 치자. 그러면 당신은 있지도 않은 자녀의 이름을 하나 슬쩍 올리겠는가? 펄쩍 뛸 것이다. 세금 몇 푼 아끼자고 없는 자식 이름을 올린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유혹에 넘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30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IRS는 아주 간단한 규정 하나를 추가했다. 1985년도 세금보고까지는 단순히 자녀의 이름만 적어도 자녀 공제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86년도부터는 반드시 자녀의 SSN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사회보장국의 자료와 대조하여 맞지 않으면 세금 공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7백만 명의 자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1985년까지만 해도 세금보고 양식에 엄연히 이름이 올라가 있었던 ‘유령 자녀’들을 의미한다. 당시 그 숫자는 미국 전체 아이들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였다고 한다. 1986년부터 IRS에서 비교 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가짜 자녀들을 모두 자신들의 세금보고에서 뺐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렇듯 세금보고에는 많은 유혹이 따른다. 여기서 잠시 한번 생각해보자. 물론,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금을 절대로 걷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당장 오늘 아침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낼 수 없다. 내가 낸 세금으로 학교를 짓고 선생님들께 급여를 준다. 동네 도서관도 짓고 도로를 새로 만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돈 없이 되는 일인가. 그건 분명 아니다.
조세 저항의 근본은 공평 과세에서 출발한다. 세금은 꼭 필요한 만큼만 공평한 방법으로 거둬들여서, 쓸 때도 새는 구석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국민의 감시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감시는 법에서 정한 대로 세금을 제대로 내면서 할 일이다. 다시는 우리들의 자녀 7백만 명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질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