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전력으로, 그러나 힘을 빼고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배우고 싶다. 그런데 코치가 제일 자주하는 말은 힘을 좀 빼라는 지적이다. 내가 어깨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단다. 공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도 그렇고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 이유도 그렇다. 결국은 쓸데없는 힘 때문이란다.
이제 조금은 그 말의 뜻을 깨달았다. 오히려 힘을 빼고 툭툭 치니 훨씬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날아갔다.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니 결과도 좋지만 남들 보기에도 좋다.
매일 새벽에 치는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라켓의 가운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힘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억지로 힘을 주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네트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카톡의 인사말도 이번에 바꿨다. ‘전심전력으로, 그러나 힘을 빼고.’
야구도 그렇다. 잔뜩 힘이 들어간 빠른 직구만 던지는 투수는 홈런이나 장타를 맞기 쉽다. 축구도 그렇다. 상대방 골대 문전에서의 결정적인 실축은 순전히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포츠만 그런 것이 아니다. 피아노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다.
세상도 그렇고 일도 그렇다. 몸의 힘도 그렇지만 마음의 힘도 그렇다. 어깨에 힘을 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힘을 빼는 것이다. 나는 사실 그동안 마음의 어깨에 너무 많은 힘을 넣고 살았다. 나만의 고집과 주장에 들어간 힘, 나만의 이기심과 욕심에 들어간 힘, 집착과 경쟁에 들어간 힘, 거기서 나는 얼마나 내 스스로를 옥죄어 왔던가.
자동차가 모래 구덩이에 빠졌을 때 액셀을 밟으면 밟을수록 그 속으로 더 빠진다. 힘 있게 올라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깊숙이 빠지게 마련이다. 이때는 타이어의 바람을 어느 정도 빼줘야 한다. 그리고 힘은 정작 그 뒤를 위해서 남겨둬야 한다.
회계사로써 많은 손님을 만난다. 그 중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힘만 들어가 있는 손님들도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자니 두렵다. 놓을 수도 없고 취할 수도 없이 세월만 보낸다.
삼광과 팔광이 들어왔다고 눈 표정부터 달라지는 것은 아마추어다. 눈에 힘을 빼야 진짜 선수다. 오광(五光)을 들고도 죽을 줄 아는 것 – 그것이 진짜 선수다. 세상에는 선수들 천지인데 아마추어에게 무슨 승리의 월계관이 돌아오겠는가?
그런 손님을 만나면 힘부터 빼라고 권하고 싶다. 힘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올 수 있다. 충분히 비우고 낮은 자세로 힘을 빼면 기회는 다시 온다.
힘을 빼야 안보였던 길이 드러난다. 힘을 빼야 진짜 힘이 생긴다. 내가 그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