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와 해외계좌 보고
국가의 경제 규모를 가늠할 때 국내총생산(GDP)이라는 말을 쓴다. 물론 미국의 GDP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리고 중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순서로 이어진다. 미국의 GDP는 중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은 세계 14위인데, 미국은 한국의 13배라고 한다.
어쨌든 이 GDP는 일정한 공식에 의해서 계산이 된다. 나라마다 공식이 다르면 안 되기 때문에, UN에서는 몇 년에 한번씩, 어느 항목은 넣고 어느 항목은 넣지 말라고 개략적인 계산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이지리아 통계청이 자기 나라의 GDP를 이번에 새로 계산했는데, 그 결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GDP가 가장 높았었다. 한국도 금년부터 전투기와 같은 무기 구매를 GDP 계산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는데 이와 같은 계산방법의 변경만으로 GDP가 4%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하루아침에 레바논 정도의 경제 규모를 얻은 셈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최근에 마약 매매와 매춘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국내총생산(GDP) 계산에 포함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남들 몰래 거래가 이뤄지는 마약과 매춘 거래금액을 어떻게 계산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영국의 전체 GDP도 5% 정도(약 18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어떤 항목을 계산에 넣는가에 따라 국민소득이 달라진다. 옛날에 썼던 GNP(국민총생산) 개념도 그렇다. GNP 계산에는 들어가지만 GDP 계산에는 빠지는 항목이 있고 그 반대 항목들도 있다.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해외계좌 납세 지원법)와 FBAR(Report of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 해외 금융계좌 보고법)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FATCA 보고대상이 FBAR 보고대상보다 넓다. 예를 들면, 지분율이 10% 미만이라 Form 5471 보고를 할 필요는 없지만 증권회사 위탁계좌에 편입되지 않은 한국 법인의 주식은 FBAR에서는 빠지지만 FATCA 보고 대상에는 포함시켜야 한다. FBAR에서는 빠지지만 FATCA에는 포함시켜야 하는 항목이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새 일반 사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받는 전화가 이 해외 금융계좌 보고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데, 어떤 손님들은 내게 따진다. 똑같은 은행계좌 보고를 놓고 왜 두 가지 계산 방법이 다르냐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사가 무슨 죄가 있나. 그냥 법이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거기에 따를 수밖에. 모든 계산은 그 원래 목적이나 입법 취지에 맞춰서 이뤄지는 것이다. 법이 다른데 계산 방법이 같을 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