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12월은 ‘잠시 멈춤’이다.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는 계절이다. 그런데 여기 완전히 멈춰버린 남자가 있다. 55세 최OO. 한 가족의 가장이다. 든든한 기둥이고 받침대였다. 그는 참 힘들게 그러나 열심히 살았다. 다른 이민자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교회에 갔다. 네일 가게에 다니는 아내는 그렇게 바쁜 중에도 성가대에 섰고 표정은 늘 밝았다. 아이들은 그럭저럭 공부를 해줬다. 무엇보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그런 그가 며칠 전에 죽었다.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는데 결국 간암이 되었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어쩌면 그동안 몸은 아프다고 계속 신호를 보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당장의 일을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을 뒤로 미뤘을 것이다. 회계사로써 손님의 장례식은 참 힘들다.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는 왜 못했을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왜 나누지 못했을까. 반성에 눈물이 쏟아진다. 그는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세상은 이미 변했다. 그런데 변하지 않고 있는 가장들이 벼랑 끝에 몰린다. 그들이 지금 쓰러지고 있다. 한 가정의 기둥들이 무너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돈과 건강, 그리고 관계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가진 돈도 없고 주위에 사람도 없는데 건강까지 잃으면? 그래서 셋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자녀들이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 까지 버텨내줘야 한다. 그래서 이민자 가장들의 건강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 ‘구구팔팔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4일 만에 죽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장수의 축복은 그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진정 가족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본인의 건강은 본인이 지켜줘야 한다. 남편이 아내의 선물을 고르는 12월이다.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남편 본인의 건강이 아닐까. 1월이면 새해 다짐들을 한다. 담배도 끊고 술도 줄이자.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줄이자. 건강보다 더 확실한 노후 대책은 없다. 재테크는 남들이 대신 해줄 수 있지만 운동테크는 본인 아니면 할 수 없다.
태어날 때는 나는 울고 가족들은 웃는다. 반대로 죽을 때는 가족들이 운다. 건강하게 웰빙(well-being)하며 살다가 웃으며 떠나는 웰다잉(well-dying)이 최고다. 준비도 없이 갑자기 남편과 아버지의 사망을 맞도록 하는 끔찍한 일. 이제 그만 하자. 모든 독자들의 건강을 빌면서 2014년의 마지막 글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