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홈런 볼
지난 토요일, 보스톤 레드 삭스 구장. 원정 경기를 간 뉴욕 양키스들 중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 한국 선수가 한 명 있었다.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낳아준 조국은 떠나야 했지만, 키워준 미국에서 그는 자랑스러운 메이저리거가 되었다.
누가 봐도 한국사람 얼굴인 24살의 김정태 선수. 그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쳤다. 일요일에 그 야구 게임을 함께 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이런 질문을 한다. “회계사니까 알겠네요, 저런 홈런 볼을 잡아도 세금을 내나요?” 관중석으로 날아간 공은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다. 야구공이 펜스를 넘는 순간, 주인 없는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각박해도 IRS가 10불 밖에 안 되는 공에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다.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을 일이다.
그러나 역사에 남을만한, 값이 좀 나가는 홈런 볼을 잡았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희망사항이지만) 김정태 선수가 400호 홈런을 쳤다고 치자. 그 공을 놓친 외야의 수비수는 속이 터졌겠지만, 그 공을 잡은 행운의 팬은 대박이 난 것이다. 그 볼의 가치는 100,000 달러 이상은 할 테니까 말이다.
미국 소득세법 61조에 따르면, 어디서 어떻게 벌었던 (마약을 팔아서 돈을 벌었더라도) 소득이 생겼으면 그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야구공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그 공의 시장가치를 따져서 소득세 보고를 하여야 한다. 미안하지만 그 행운의 사나이는 내년에 세금을 왕창 내야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피하려고, 만약 그 공을 김정태 선수에게 줬다면? 그러면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00,000 달러 가치가 있는 재산을 남에게 공짜로 줬기 때문이다. 그 공을 갖고 있다가 경매시장에서 팔았다면? 양도소득세를 낼지도 모른다. 원가라고 해봤자, 입장권과 주차비뿐이다. 맥주에 오징어를 추가해도 총 원가는 100불을 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1년 이상 갖고 있다가 파는 것(long-term capital gain)이 훨씬 유리하다. 취득한 지 1년이 지나서 팔아야 양도소득세 할인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공을 야구 명예의 전당 같은 곳에 기부를 한다면? 기부금 공제는 총 소득의 50%까지만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번에 받지 못한 혜택은 내년으로 이월된다. 그러나 기부는 내 재산으로 하는 것. 기부금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동시에 소득으로 보고하여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이렇게 홈런 볼 하나 갖고도 복잡해지는 것이 세금이다. 그러니 야구 경기 보다가 어떻게 짧은 답을 줄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누가 “회계사니까 알겠네요, 저런 홈런 볼을 잡아도 세금을 내나요?”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간단하게 답을 해준다. “게임이나 계속 보자.” 그나저나 김정태 선수 때문에 뉴욕 양키스를 응원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