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고 봐주는 법은 없다
세법 어디에도 회사 규모가 작다고 해서 무조건 봐주라는 규정은 없다. “설마 우리 같은 작은 구멍가게까지 조사를 할까?” 그런 생각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작은 규모의 해외 직구대행이나 온라인 쇼핑몰, 또는 학원 사업과 관련하여 한국에 진출할 때. 그런 한국 회사에 임원으로 잠깐이라도 일을 하게 되었거나, 한국 은행계좌에 서명권자로 올라갔을 때. 그리고 한국 부모님 소유의 회사 주식을 어쨌든 증여받았을 때. 모두 IRS가 눈여겨보는 대목들이다. 관련된 서식 번호는 5471이다.
IRS 표준서식 5471은 한국 법인의 주식을 10% 이상 갖고 있는 세무상 미국인이 관련 정보를 IRS에 보고하는 양식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마찬가지다. 번호는 비슷하지만 방향은 반대인 것이 서식 번호 5472다. 미국 법인의 주주 중에서 세무상 한국인(법인)이 25% 이상일 때 일반적으로 작성한다. 정리를 하면, 5471은 미국 법인이 한국에 진출할 때, 반대로 5472는 한국 법인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 주로 해당된다.
이들은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세금 납부와 연결되지 않는, 단순한 정보제공 차원의 보고다. 그러나 5471을 보고하지 않으면 벌금이 1년에 건당 최고 6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IRC Section 6038). 5472 보고 불이행의 벌금 액수는 이 제한마저 없다.
이 벌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처음이니까 봐달라고 하는 FTA(first-time abatement) 신청, 또는 불가피하게 늦은 이유를 설명하는 감면 신청, IRS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 조정 신청(submission procedures) 등이 가능하다(IRM §20.1.1.3.6.1). 그러나 이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고, 실제로는 3명이 신청하면 2명은 실패할 정도로 벌금을 없애는 것이 어렵다. 물론 어느 경우든지 탈세의도가 있었는가가 중요한 변수다.
국경을 넘나드는 비즈니스 구조와 의심스러운 해외 송금, 또는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문제가 개입될 소지가 많을수록 IRS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것을 대기업들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시 말하지만 회사 규모가 작다고 해서 봐주는 세법은 어디에도 없다.
옛날 기억이 난다. 해외금융재산 보고를 떠들고 다닐 때, 대부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 되었나? 지금의 5471과 5472도 마찬가지다. 호미로 지금 쉽게 막을 것을, 나중에 포클레인으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마음의 평화와 사업의 성공은 떳떳함과 자신감에서 온다. 막연한 객기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