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비대칭
여기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다고 치자. 그 차에 대해서 누가 더 많이 알까? 당연히 판매자다. 그는 사고나 고장 기록을 알고 있다. 그러나 숨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매자는 그 차를 오늘 처음 봤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찾는다. Kelley Blue Book에서 중고 시세도 알아본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쓰고 또 애를 써 봐도, 정보 싸움에서 판매자를 이길 수는 없다.
이렇게 양쪽이 갖고 있는 정보에서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라고 부른다. 중고차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결혼 시장, 보험 시장에서도 나만 알고 있는 <숨겨진 정보>가 있다. 대부분 정보를 적게 가진 쪽이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를 더 가진 쪽이 이득을 본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납세자와 IRS 사이에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납세자는 본인에 대한 세금 정보를 알고 있다. 얼마를 벌었고, 어떻게 썼는지 본인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정보 싸움에서 IRS는 불리하다. 중고차의 구매자와 같은 처지다.
그런데 앞으로도 IRS가 계속 불리할까? 앞으로도 납세자는 자기만의 <숨겨진 정보>를 통해서 탈세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새로운 입법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제도적 ․ 행정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이 비대칭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1099-K(신용카드 매상 정보)라는 것이 없었다. 1098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는 IRS가 모기지 이자 금액뿐만 아니라, 총 잔고와 부동산 위치 같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돈을 보고하라는 FBAR에 벌금이 없었다. 4년 전에는 아예 한국의 은행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겠다고 FATCA을 추가로 만들었다. 국세청이 자기나라 국민은 못 믿고, 다른 나라 은행은 믿겠다는 형국이다.
결국 이 정보 싸움의 최종적인 승자는 – IRS다. 나도 모르는 정보를 IRS가 아는 세상이 오고 있다. 남편이 죽기 전에 한국에 몰래 사 놓았던 아파트를 IRS가 대신 찾아주는 친절한 세상이 오고 있다. IRS는 매일 진화한다. 비대칭의 저울이 IRS로 확실하게 기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IRS가 이기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