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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번에 잠깐 한국에 다녀왔다.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한국 본사를 방문했다. 반대로, 한국에 지점(branch)을 내는 미국 사람들 일도 도왔다. 내친김에, 서울에 내 이름의 세무회계법인을 열 준비까지 했다.

하루는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다녀왔다. 미국으로 치면 이민국이다. 거기서 뉴저지에서 간 70세 정도의 부부를 만났다. 남편의 손을 꼭 쥔, 부인의 눈에는 불안이 커 보였다. 조금 있으니, 먼저 역이민을 온 남편의 친구들이 도착했다. 내가 업무 처리를 도왔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제는 홀로 서야 한다.

대한민국.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땅이다. 음식이 입에 맞고, 말도 통하는 땅이다. 친구들도 있고 형제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거기도 외국이다. 그래서 막연한 기대는 문제를 낳는다. 부부와 자녀들 사이에 의견까지 다르면 문제는 더 커진다. 지나온 30년이란 세월이 한국을 낯선 외국 땅으로 만들었다. 새로 적응하고 살아나가야 할 일은 온전히 그들 본인들의 몫이다.

은퇴를 한 이민 1세대 중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미 없어진 주민등록번호를 복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신분증을 얻는다는 것. 어쩌면 단순한 서류작업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과 파키스탄 외국인들 사이에 줄을 선 재미 동포들. 이민국 직원과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지만, 독수리 여권에게 특혜는 없다.

그렇게 재외동포 체류자격(F-4) 비자를 신청하고, 건강보험을 가입하고, 새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들이 그렇게 녹녹할까? 노후를 생각하면 자녀들이 밟히고, 자녀들을 생각하면 노후가 밟히는 심정을 애들은 알아줄까? 얼마 되지도 않은 재산이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은 또 어쩔까?

반대로, 은퇴 후에 자녀들이 있는 미국으로 오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 사는 자녀들이 연로한 한국의 부모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들이 스스로 미국에서 노후를 보내겠다고 이민을 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는 것은 겉으로는 멋있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누워도 낯설고, 저기에 누워도 낯설다. 주위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뜯어먹을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게 마련이다. 믿자니 못 믿겠고, 안 믿자니 의지할 곳이 없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정문 앞에서 나와 헤어진 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던 그 노부부의 쓸쓸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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