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모래 팔기
북극에서 얼음이 잘 팔릴까? 사막에서 모래 장사도 마찬가지다. 목이 마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수병이다. 밟히는 것이 모래투성이인데 누가 모래를 사겠나? 아무리 좋은 품질의 얼음이나 모래를 갖고 있어도, 또는 아무리 잘 만들 기술이 있어도, 손님들이 사줘야 돈을 벌 수 있다. 그것이 비즈니스다.
우리 사무실에는 회의실이 2개 있다. 서로 말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다. 며칠 전, 두 손님이 한꺼번에 왔다. 회사를 만들러 온 손님을 먼저 만났다. 그런데 그 사업의 내용을 들어보니, 뭔가 아니다 싶었다. 마침, 다른 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은 그 쪽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두 손님들의 만남을 주선했고, 결국 우리 사무실에 처음 왔던 그 젊은 부부는 법인 설립을 안 하고 갔다. 며칠 생각을 더 해보고 결정하겠단다. 잘 된 일이다.
내 세 번째 책.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제목은 벌써 정했다. <성공하는 사업가는 시장을 본다>. 지난 26년 동안 수많은 창업을 기쁘게 도왔고, 수많은 폐업을 아프게 도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하나 더 쓸 생각이다. 장사도 사업도 결국 우리 사람들의 삶에 관한 것이다. 두 번의 파산을 이겨내고 사업에 성공한 손님이 있다. 간경화와 이혼의 아픔을 이겨내고 사업에 성공한 손님도 있다. 성공한 장사꾼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의 방향을 제대로, 그리고 시장의 수요를 제때에 본 사람들이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면, 내가 다시 18년 전 JFK 공항으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회계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회계사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한국에서 회계사를 10년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실력을 발휘할 만한 것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틀렸다. 식당에서 일하다가 나와서 다른 식당을 차리고, 네일가게에서 일하다가 또 네일가게를 차리는 것이 최선일까? 물론 사업에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또는 그들조차 그런 것이 필요한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상품을 팔아야 한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그 무엇이 당장은 축복일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와 미래의 시장 요구에 나를 접목시키는 것 – 거기에 진짜 보물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