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과 세법
노동법 위반으로 합의가 되었다. 그럼 그 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빠이빠이 하고 다시는 볼 일이 없을까?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흥부는 변호사를 사서, 놀부를 상대로 임금 소송을 걸었다. 결국 놀부는 밀린 주급 5만 달러를 흥부에게 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놀부를 더 미치게 만든 것은 손해배상금(liquidated damages) 조항이다. 밀린 임금의 100%, 즉 5만 달러를 합친 총 10만 달러와 이자까지 줘야 한다는 말에 놀부는 쓰러질 뻔 했다. 거기에 흥부가 쓴 변호사비까지도 놀부가 대신 내줘야 한다. 모두 합치면, 밀린 임금의 2배가 넘는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노동법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것이 끝나야 완전히 끝난다.
총 합의된 보상액 중에서 순수한 임금 부분만 놓고 보자. 놀부는 흥부에게 돈을 줄 때 전부 주는 것이 아니라 FICA(소셜 시큐리티 6.2%와 메디케어 1.45%)와 소득세를 공제하여야 한다. FICA만 생각한다면, 흥부는 4천 달러 정도를 뗀 뒤에 4만 6천 달러를 받게 된다. 그리고 놀부는 고용주 FICA에 해당하는 4천 달러를 더 내줘야 한다. 이 돈이 흥부의 노후를 위해서 저축된다는 사실에 많은 놀부들이 속상해한다.
이제 흥부 쪽을 보자. 정부로 귀속되지 않은, 흥부가 받은 손해배상금(liquidated damages)도 흥부의 소득으로 잡힌다. 대부분의 경우에 변호사비도 마찬가지다. 많은 흥부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왜 만져보지도 못한 변호사비가 나의 소득인가? 물론 흥부는 나중에 개인세금보고할 때 이 변호사비를 공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양쪽의 불만이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든다. 세금이라는 공공의 적과 돈이라는 공공의 선 앞에서 사람은 그렇게 나약해지기도 한다. 과세 부분을 최소화하고, 비과세 부분을 최대화하고 싶다. 과세 부분도 W-2(임금 부분)를 최소화하고, 1099(손해배상금 부분)를 최대화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은 나중에 놀부와 흥부 모두에게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노동법에서는 이겼지만 세법에서는 질 수 있다. 노동법 소송의 최종은 결국 세금이다. 노동법 소송에서 회계사가 개입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