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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벚꽃, 지다

하얀 벚꽃, 지다

그냥 벚꽃도 예쁜데, 택스 시즌에 보는 벚꽃은 더 예쁘다. 그 하얀 벚꽃이 진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택스 시즌에는 벚꽃의 가장 아름다운 3주를 놓친다. 아침에 출근해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미안한 듯 서러운 듯, 벚꽃이 날 본다. 사실 미안해할 사람도 서러워할 사람도 나다. 꽃이 피는지, 꽃이 지는지. 세월의 변화도 모르며 살아지고 있다. 물을 것, 답할 것도 없다. 모두 바쁘다는 핑계다. 참 많은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산다.

오늘 18일 – 세금보고 마감 날.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문다. 벚꽃이 항상 피어있지 않듯이, 모든 것에는 좋은 때가 있다. 여행은 아버지 엄마가 좀 더 건강했을 때 가자고 했어야 했다. 아이들이 저렇게 크기 전에 시간을 좀 더 냈어야 했다. 아내가 좀 더 예뻤을 때(지금도 예쁘다),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거리를 손잡고 데이트라도 했어야 했다.

나는 이제야 준비가 되었는데.. 그들은 없다. 벚꽃이 최고로 예쁜 것은 딱 3주일. 누구는 지는 벚꽃이 더 예쁘다고 하지만, 밝고 눈부시게 만개한, 진짜 벚꽃을 보지 못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나는 도저히 벚꽃이 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이다. 귀한 것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지 않는 법이다.

어제, 아내와 애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지난 3개월,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가족뿐만이 아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사무실에 큼지막한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틈틈이 운동을 해보겠다고. 그런데, 지금 쳐다보니, 넥타이 몇 개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을 뿐. 3개월 동안 서너 번 올라갔나? 오히려 지나다니는데 거치적거렸다. 반성과 다짐도 자주하면, 내성이 생기나 보다.

그래도 이번에는 작년보다 나아졌다. 4월 1일부터는 새로운 손님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공장의 로봇처럼 찍어내는 회계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수입은 줄었겠지만, 좀 더 여유 있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시간당 200 달러의 상담비를 따로 받았더니, 상담 신청이 줄어서 좋았다. 비즈니스 전략은 키우는데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데에도 있다. 그것을 배웠다.

어쨌든 이렇게 또 하나의 택스 시즌을 마무리한다. 창문을 닫는다. 벚꽃나무 사이로 밝은 태양빛이 관통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세상은 이렇게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2016년 벚꽃나무가 진다. 그리고 저 아래에서 들리는 새 벚꽃의 태동 소리가 들린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아이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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