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Paso로 가는 한인들
LA 자바시장의 이른 아침. 어느 한인 의류업체 앞에 대형트럭 한 대가 섰다. 200대의 재봉틀과 작업대들이 하나씩 실렸다. 큰 짐들은 어제 이미 떠나보낸, 텍사스 엘파소로 가는 이삿짐이다. 김 사장은 그렇게 20년을 동고동락했던 정든 LA를 떠났다.
LA ‘땀 공장’ 자바시장은 한인 경제의 젖줄이자 LA 의류산업의 상징이다. 1500개 자바시장의 한인들. 그들 중에서,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미 텍사스 엘파소로 옮겼거나, 옮길까 고민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왜 한인들이 LA보다 한참 작은 엘파소로 가고 있을까? 이유는 딱 하나 – 지금의 이 힘든 경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인건비와 노동법이 가장 큰 이유다. 엘파소의 인건비는 LA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유급병가와 같은 노동법 단속, 그리고 종업원들의 오버타임 소송에 지친 업주들. 그런 것들이 재봉틀의 탈LA를 부른다. 소주 마시면서 김 사장으로부터 들은 음모론적인 스토리에 불과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떠났으면 하는지도 모른다. 영세한 자바시장이 떠난 자리를 고층빌딩으로 개발하는 것. 그것이 정부 입장에서도 훨씬 더 남는 장사가 아닐까.
이번에 어느 한국 업체의 뉴욕 진출을 도왔다. 막판에 투자 계획이 취소될 뻔했던 가장 큰 이유도 인건비였다. 최저임금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그리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직원들의 비율이 15%나 되는 나라에서 온 투자자는 뉴욕의 높은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점심 한 끼도 못 사먹는 최저임금은 말이 안 된다. 그것도 이런 이유로 깎고, 저런 이유로 떼어 먹는다면 더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한의 생계유지에 필수적이여야 한다. 나는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법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주어진 대세 안에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경영 환경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과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환경을 갖고 하늘 탓, 정부 탓만 한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