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
한국인이 대본을 쓰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캐나다 연극을, 미국 맨해튼에서 봤다. 내용은 캐나다로 이민 온 한국인 가족들의 이야기.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하는 50대 아빠, 교회에 아주 열심인 엄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가출했다가 돌아온 아들, 그리고 사진학과 여대생인 딸. 그렇게 네 가족이 때로는 울고 웃고, 때로는 긴장하고 그러나 결국엔 화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내용이다.
연극 시작 전에 누가 무대로 나와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몇 년 전, 한인 1.5세 최인섭씨가 소극장 연극에 올렸다. 인기가 높아지자 작년부터 캐나다 어느 방송국에서 시트콤 형태로 만들었단다. 시즌 1이 끝났고 가을에 시즌 2를 또 시작한다는 것을 보면, 캐나다에서 인기가 꽤 높은가 보다. 원래 TV 시트콤에서는 안 나오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특별히 원작가 최인섭씨가 아들 역할로 나왔다.
연극은 편의점이라는 제한된 무대 안에서 벌어지는 손님과 가족과, 그리고 이웃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서, 어떤 차림의 어떤 인종들이 물건을 훔쳐 가는지 가르치는 아빠에게 인종차별하지 말라는 딸. 어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와줬으니 임금을 달라는 딸에게 학원비, 피아노 레슨비, 여름 캠프비 먼저 갚으라는 아빠. 엄마는 사윗감으로 ‘cool christian korean boy’를 원하지만, 흑인 남자를 만나는 딸. 언제 어떻게 가게를 정리하고 은퇴를 할지 고민하는 부부의 모습. 그리고 혼자 읊조리는 가슴 먹먹한 엄마의 찬송가 소리.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처연한, 때로는 따뜻하지만 때로는 뭔가 허전하고 쓸쓸한 늙은 가장 Mr. Kim. 고집을 부리지만, 결국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소수민족의 비즈니스맨 Mr. Kim. 그가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이 나 또는 내가 만나는 스몰 비즈니스 손님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무대 위 Mr. Kim의 애들이 내가 실제로 매일 만나는 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연극의 어느 한 부분도 놓칠 수 없었다.
대부분의 2세들은 부모의 사업체를 이어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궈온 사업체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정리할지, 현명한 출구전략(exit plan)을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산을 올라오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이젠 서서히 내려갈 채비를 할 때가 되었다. 사실은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
나아가, 자녀들이 커가면서 앞으로 질적인 성장과 양적인 확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의 역할은 그들의 조언자와 협력자, 때로는 제 3자로 바뀌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땅에서 그들의 외연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부모들의 연합된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자동차 안. 거울에 비친 두 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