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vs 회계
어디서 전화를 하나 받았다. 왜 회사 손익계산서와 세금보고서의 순이익 숫자가 서로 틀리냐는 질문이다. 세금보고서는 다른 회계사가 만들었고, 손익계산서는 우리 사무실에서 만들었다. 그 회계사가 재무제표 감사(audit)를 할 자격은 되지 않아서, 우리가 그 일만 특별하게 따로 맡았었다.
세무상 이익과 회계상 이익이 왜 다르냐는 질문은 이해가 간다. 매출액에서 각종 원가와 비용을 공제한 뒤에 남는 것이 순이익인데, 세금(tax basis)이나 회계(GAAP basis)나, 그것이 그것 아니냐는 뜻이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무상 이익과 회계상 이익은 대부분 다르다. 재무제표는 정확한 회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런데 세금보고는 정확한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서 만든다. 그렇게 처음부터 목적이 다르니, 각자 지켜야 하는 규정과 계산 방법, 보고 절차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세금보고에는 세법이라는 기준이 있고, 회계보고에는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이라는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 차량 때문에 주차위반 벌금을 냈다. 또는 세금보고를 늦게 해서 IRS에 이자를 냈다고 치자. 회계상으로는 이런 벌금과 이자를 비용으로 차감할 수 있다. 사업을 하면서 지출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무상으로는 조세 정책적으로 공제를 불허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벌금이 100달러라면, 손익계산서(재무제표)의 순이익은 예컨대 1,000달러지만, 세금보고서의 순이익은 1,100달러가 된다. 물론 법인세는 1,100달러를 기준으로 내야 한다.
IRS에 낸 법인세, 기부금, 그리고 접대비 등도 마찬가지다. 회계상으로는 전부 비용 인정을 받지만, 세무상으로는 전부 또는 일부를 공제 받지 못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계상 비용은 아니지만 세무상 공제를 추가로 더 해주는 항목들이 있다. 또한 여기서 그 모든 항목들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비용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입쪽도 세무와 회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무제표(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등)와 세금보고의 숫자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다르다는 것. 이 말은 그래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compilation), 검토하고(review), 또는 감사하는(audit) 일이 단순히 세금보고 서류 갖다놓고, 재무제표 양식에 숫자만 채워 넣는, 그런 1시간짜리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회계사들이 재무제표 감사 업무에 세금보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책임을 느끼며, 그에 따라 많은 수수료를 청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