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비 23,200달러
‘세금 줄이고 싶니? 그러면 회사 만들어봐!’ 이런 책들이 서점에 깔렸던 때가 있었다. 회사를 장사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금 줄이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들을 담았으리라 짐작된다. IRS가 지금보다 느슨했던, 20년 전 쯤 얘기다. 그러나 요새는 그런 책들을 찾아볼 수 없다. 매머드(맘모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이유가 뭘까?
멸종의 원인을 찾으려면, 사례 하나가 필요하다. 어떤 돈을 회사 매상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개인 소득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자. 약간 억지지만, 그래야 비교가 된다. 뉴욕시에 사는 흥부가 5만 달러를 일반법인(C Corp)의 매상으로 보고했다. 공제할 비용이 없으니 순이익도 5만 달러. 그러면 연방(IRS)이 15%, 뉴욕이 15%. 법인세는 총 30%가 된다. 집에 갖고 갈 수 있는 돈은 세금내고 남은 70% 뿐. 그마저 나중에 배당세를 또 내야한다.
이번에는 같은 돈을 개인소득으로 처리하면 어떻게 될까? 흥부가 그 돈을 급여(W-2 소득) 형식으로 보고했다. 자녀가 없는, 가장 간단한 경우라면, 세금이 20% 정도(8%의 연금 보험료 FICA 포함). 결국 돈을 회사로 받는 것이 개인으로 받는 것보다 10% 손해다. 이렇게 회사를 만들면 오히려 손해인데, ‘회사 만들어 세금 줄이자’는 책들이 팔릴 리 없다.
그러나 이 결론은 2017년까지만 유효하다. 그것도 앞에서 사례로 든 5만 달러밖에 못 버는 사람들 얘기다. 만약 수입이 아주 많고, 그럴싸하게 공제할 수 있는 회사 비용까지 있다면? 거기다 법인세율을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세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지금 어느 출판사는 20년 동안 구석에 처박아뒀던 그 책들의 먼지를 털고 있을지 모른다. 탈세와 편법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죽었던 책들이 부활하고 있다.
공격적인 절세든, 진화된 탈세든. 탈법이든 편법이든. 내년부터 세법이 예정대로 바뀌면, 개인의 소득을 회사 매상으로 처리하고 싶은 고소득자들의 유혹이 많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가장 흔히들 하는 해왔던 수법이 S Corp, 파트너십, 그리고 트러스트, 이렇게 3개를 만들어서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는 것. 중간다리 역할의 S Corp을 바로 없애서 결국엔 세금을 줄이는 방법.
지난주에 나온 법원 판결문을 읽어보니, 이 일을 해주고(결국 실패했지만), 텍사스 휴스턴의 어느 회계사가 받은 수수료가 23,200 달러. 이런 ‘쌩기초’ 탈세방법의 고전을 알려주고 받은 돈 치고는 엄청 바가지를 씌웠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금 줄이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회사가 아니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