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어느 노래에 숨겨진 아련한 추억. 한 두곡쯤은 갖고들 산다. 내 경우는 태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이 그 중 하나. 중학생 때 교회 여자 친구의 ‘골든 팝송’인가 하는 책에 가사 번역을 해줬던 기억이 그렇다.
‘…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여자인 것이 힘들 때가 있어요. 그 남자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를 사랑한다면 용서하고 그의 곁에 있어주세요. 그가 힘들 때, 두 팔을 벌려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리고 그의 옆에 사랑하는 당신이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많이 커서 대학생 때는 어스름한 저녁, 경영대 계단에 앉아, F 코드와 B플랫 코드를 어렵게 잡던 기억도 바로 이 노래다. 그리고 미국에 오기 직전, 종로 단성사에서 본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이 노래가 나오는 엔딩 장면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그려진 빨간색 하트 불빛. 그것은 나를 빨리 뉴욕에 오라고 부르는 멕 라이언의 손짓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개인적인 추억이 많았던 Stand by Your Man. 이 노래가 요새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OST로 나온다. 50년 전의 옛날 노래가 지금도 먹히는 것을 보면, 인간 본류의 어떤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가보다.
세상이 손가락질해도 그 사람을 버리지 않고, 그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는 신뢰. 그 사람이 어떤 잘못을 했건, 그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다짐. 그것이 Stand by Your Man의 정신이다. 그 대상이 남자건, 여자건, 친구건, 또는 손님이건.
비즈니스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욕망이 크고 경쟁자가 적을수록 그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내 회계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세금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손님들을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 이상을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준 뒤, 돈과 보람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그 깊은 밑바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 손님에 대한 애정과 신뢰, 그리고 그 손님이 어떤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신념과 각오.
그런 애정과 각오도 없이, 비즈니스를 단순히 돈을 모으는 과정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런 관계나 가면은 오래가지 못한다. 손님이 거대한 IRS의 파워 앞에서 외롭게 빈 지갑으로 섰을 때, 그 옆에서 “제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세상에 선언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Stand by Your Client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