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공부
평생 공부는 모든 전문직의 숙명이다. 공부 안 하면 실패한다. 심지어 도둑들도 전자 도어나 금고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바로 연구(?)를 해줘야 한다. 도둑이 담을 넘어 현관문까지 통과해서, 가까스로 금고가 있는 안방 앞에 섰다고 치자. 그런데 최신형 디지털 도어락이다. 옛날 자물쇠인줄알고 쇠꼬챙이만 들고 왔는데… 신제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도둑이 그 세계에서 성공할 리 없다.
세법이 매년 바뀌는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이번처럼 세금(개인 소득세) 신고서 양식이 아예 통째로 바뀐 것은 내겐 처음이다. 가뜩이나 12월은 회계사들에게 공부의 계절인데, 이번 12월은 바뀐 세법 때문에 공부를 몇 배는 더 해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어떤 사업체 오너에게는 더 잔인한 계절이 지금이다. IRS와 자기 사업체의 정체성(entity type)에 대해서 밀도 높은 신경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시간은 이미 많았다. 작년 12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 세법에 서명을 했으니 3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신제품이 나왔는데도, 옛날 쇠꼬챙이만 달랑 든 채, 디지털 도어락 앞에서 선, 그 도둑과 같은 수많은 난감함들이 IRS 건물 위를 뒤덮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업체는 별산 비즈니스와 통산 비즈니스,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개인소득세 신고와 별도로 법인세를 계산하는 별산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것이 C 코퍼레이션(C Corp). 그리고 비즈니스 소득이 개인소득으로 통산되는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것이 S 코퍼레이션(S Corp), LLC, 그리고 파트너십 같은 것이 있다.
내 사업체의 소득을 별산으로 할 것인지, 통산으로 할 것인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더욱 중요해졌다. 똑같은 소득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세금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년부터 적용받기 위해서는 지난 3월 15일까지는 신청서(양식 2553)를 보내서 IRS의 승인을 이미 받았어야 했다. 만약 그때 승인받지 못했다면, 금년에 받을 수 있는 많은 세금혜택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C Corp을 S Corp으로 변경하는 (또는 그 반대로 바꾸는) 신청서를 접수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무서운 훈육주임도 지각한 이유가 타당하다면 용서하고 받아들여주는데. IRS가 훈육주임보다 더 무서울까? 그나저나 이번 세법 개정으로, 회계사 없이 혼자들 세금신고하는 납세자들이 참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