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CPA)와 세무사(EA)
나는 공인회계사(CPA)와 세무사(EA) 자격증을 둘 다 갖고 있다. 회계사는 원래부터 있었고, 세무사는 작년에 내 직원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는 김에 그 시험을 봤다. 그 자리에서 바로 결과가 나왔는데, 떨어졌으면 새로 들어온 그 직원 앞에서 엄청 창피할 뻔 했다.
어쨌든, 누가 내 자격증 조회를 해봤다고 치자. IRS 웹싸이트에 가서 내 이름을 쳐 봤더니 세무사(EA) 자격증이 있다고 나왔다. 그것을 근거로 “문주한은 EA 자격증만 있지, CPA 자격증은 없어” 만약 누가 그렇게 말을 했다면 맞는 말일까? 물론 나 같이 쓸데없이 CPA와 EA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EA 이니까 CPA가 아니라는 말도 틀리고, CPA 이니까 EA가 아니라는 말도 틀리다. 나는 EA법으로 볼 때는 EA이고, CPA법으로 볼 때는 CPA다.
오늘은 ‘나의 진짜 집(true tax home)’ 연재 칼럼의 마지막이다. 이 얘기는 어떻게 하면, 일반 독자들에게 세법상 거주자 증명의 난센스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어봤다. 그런데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운데, 하여간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한국 거주자라는 것 하나로 미국 거주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 그것 하나다.
내가 미국 국세청(IRS) 건물 앞에 가서 “나는 한국 국세청에 한국 거주자로써 이미 세금을 냈으니, 나는 절대로 미국 거주자가 아니다!!”라고 소리쳐봤자,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다. 어쩌면, 아주 친절한 IRS 직원이 점심 먹고 들어가다가 이렇게는 말해줄지 모른다. “오빠, 한국 세무서에서 오빠를 어떻게 봤던지 우리는 상관이 없어요. 미국 세법상 오빠가 미국인이면 그냥 미국인으로써 세금을 내시면 됩니다. 추운데 그만 돌아가세요.”
EA 협회에서 볼 때 나는 EA다. 그러나 CPA 협회에서 볼 때 나는 CPA다. EA 협회에서 내가 CPA 인가 아닌가는 상관이 없다. CPA 협회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고유한 전문가 자격증 규정에 맞춰서 선발된다. 다만 나는 이미 더 포괄적인 CPA 자격증이 있으니 굳이 EA로써 활동을 안 할 뿐이다.
같은 사람을 놓고, 한국 국세청에서 보면 한국 사람이고, 미국 국세청에서 보면 미국 사람일 수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 거주자 신분을 획득하더라도, 그것은 미국 세법의 여러 가지 거주자 판단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 거주자니까 미국 거주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이제 그만하자. 계속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IRS 감사관으로부터 “오빠, CPA든 EA든, 시험을 다시보세요” 그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IRS와의 싸움은 결국 논리와의 싸움이다. 논리에서 지면, 상대방이 챔피언 벨트를 매고 있을 때, 나는 링 구석에서 질질 끌려 내려올지도 모른다. 코뼈가 부러져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