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법인 설립 – 델라웨어 (2)
적절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는데, 자동차 보험에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과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종합보험이 있다. 내가 실제로 장사하는 곳에 등록하는 것은 일종의 책임보험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법인 설립을 델라웨어에서 하는 것은 가입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종합보험이다. 이 종합보험은 당연히 나중에 사고가 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런 추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보험료를 추가로 잘 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비용과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법인설립도 마찬가지다. 내가 장사하는 주(home state)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돈을 들여서 델라웨어에서 먼저 법인 설립을 하는 것은 그 비용과 효과를 따져볼 문제다. 돈을 더 들이고 신경도 더 써서 양쪽에 등록을 했지만, 어쩌면 델라웨어 등록에 대한 효과를 하나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보험료를 추가로 냈는데 사고가 나지 않으면 종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사업장 주소(headquartered)와 법인설립 주소(incorporated)를 달리하고 싶다면, 그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법인설립 대행 장사꾼들이 써 놓은 인터넷 정보만 믿고 덜컥 델라웨어 법인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언젠가 (진지한 사전계획과 사후관리 없이) 델라웨어에 회사를 만들었다가, 15만불 짜리 고지서(franchise tax)를 받은 사람도 실제로 봤다. 델라웨어 설립이 최소한 본전은 될 것이라는 생각이 틀린 사례다.
다만 여기서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법인설립을 델라웨어에서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델라웨어를 추천한다. 법인 설립을 델라웨어에서 하는 것은 충분한 고려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예컨대 앞으로 법적인 소송이 예상되거나 지분구조가 복잡할 것 같은 경우, 주주나 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경우, 매상이 컨설팅 수입이나 로열티와 같은 무형자산에서 주로 생기는 홀딩 컴퍼니인 경우, 그리고 어차피 실제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경우. 그런 경우들은 모두 내 경험상 대개는 델라웨어 법인이 유리하다(변호사로써의 법률적인 조언이 아님).
특히 한국의 중소규모 사업체가 미국에 진출해서 구매대행이나 인터넷 판매를 위주로 장사를 한다면, 네바다와 오레곤(서부) 와이오밍과 싸우스 다코다(중부) 등과 함께, 델라웨어(동부)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