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를 미국회사로(US-Flip) (4)
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기고 (10/12/2021)
‘플립’ 작업에 있어서, 사실 오대박 사장이 할 일은 거의 없다. 결정만 하면 그 다음은 양쪽 변호사와 회계사들의 일이다. 전문 변호사가 이 ‘플립’ 작업의 지휘자라면, 나 같은 회계사는 회사 설립과 주식평가 등 일부 일을 담당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에 불과하다. 참고로 나는 지금까지 다른 변호사들의 ‘플립’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적이 적잖이 있는데, 모든 연주에 박수갈채를 받지는 못했다. 세상 일이 처음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은 경험 많은 변호사와 ‘사람 잘 부리는 고객’이 만났을 때, 그때는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나왔다는 것. 어차피 돈을 줄 바에야 사람을 제대로 부려야 돈 값을 한다.
한국에서의 10년 회계사, 미국에서의 25년 회계사. 양쪽을 다 지켜본 내가 자신할 수 있는 두 번째 증언은 시장과 자금 그리고 인재 풀의 크기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으로는 한국이 더 장밋빛이겠지만, 현재의 전체적인 조건이나 상황들을 놓고 보면 미국에 더 많은 기회들이 있다. 먼저 미국 시장을 보자. 그리고 한국에서의 나 자신을 보자. 그리고 넓은 미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싶다면 이와 같은 ‘플립’이라는 지배구조 재편의 과정을 반드시 고려해보길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동시에 위험도) 있는 곳이 미국이라는 판매 시장이고 미국이라는 자금조달 시장이다. 그리고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기도 하다.
남들이 눈 덮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힘들게 걸어 내려올 때,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원하게 활강해서 내려오는 것. 그런 대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오늘 이 글을 쓴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나는 오늘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남들이 미국에 지사나 현지법인 만들 생각만 할 때, 아예 본사를 옮기는 것,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용감한 길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모든 용기에는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