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와 복면가왕
이 늦은 밤, 조용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커피를 내릴 때. 지금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커피콩 가는 소리가 사각사각 손으로 전해온다. 아내가 사준 독일산 수동 그라인더. 첫 사랑 김혜수가 병원에 찾아왔을 때,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가 꺼내 쓴 그런 제품이다. 내 아내는 커피콩을 직접 볶는다. 그런 날엔 커피 향이 온 집안 가득해서 참 좋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커피콩을 갈고 있다. 큰 딸이 아빠 고생한다고 주문해준, 블루 바틀이 아까 낮에 도착했다. 이렇게 가끔은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갈색 커피 가루를 드리퍼에 담는다. 나는 이 하얀색 도자기가 좋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똑같은 것을 선물했다. 나 혼자만 좋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은 미안하니까. 이제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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