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보는 가자미눈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남이 하면 탈세요, 내가 하면 절세다. 탈세(tax evasion)와 절세(tax saving). 세금을 줄이겠다는 목적은 같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법에서 허용하는 방법이면 절세고, 허용하지 않는 방법을 ‘작정하고’ 썼다면 그건 탈세다.
또 ‘조세 회피(tax avoidance)’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법의 미비점을 이용한 합법적인 탈세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탈세와 절세, 그리고 세금 회피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의도였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이 탈세고 무엇이 절세인가.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조세 회피고 어디부터가 진짜 탈세에 해당하는가.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4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스타타워라는 건물을 3년 만에 팔았다. 매매차익 2,450억 원에 대해서 한국 국세청은 1,040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론스타는 한미 조세협약을 잘 ‘이용’한 합법적인 절세라고 버텼다. 국세청은 조세협약을 ‘악용’한 탈세라면서 검찰에 고발을 했고 재판은 10년을 끌었다.
2012년 2월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결국 론스타가 이겼다. 개인에 적용하는 양도소득세를 외국 법인에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 국세청이 양도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론스타측에 부과했고 지난 2014년 1월 첫 판결에서 한국 국세청이 이겼다. 서로 1승 1패가 되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 론스타는 절세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국세청은 고도의 세무 지식을 이용한 탈세라고 맞서고 있다. 어디까지가 절세이고 어디부터 탈세일까. 하면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걸리면 탈세고 다행히 걸리지 않으면 절세인가. 걸리면 불륜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을바람처럼 왔다가는 로맨스였던가.
많은 사람들이 세금보고를 하면서 남들 눈치를 본다. 평균 정도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른바 남들만큼 내는 ‘눈치 세금’이 유행이다. 시속 50마일이 제한속도인 고속도로에서 남들이 대부분 70마일로 달린다면 내가 60마일로 달리는 것은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10마일이나 넘긴, 엄연히 속도위반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앞에서 달렸던 70마일짜리 자동차는 왜 붙잡지 않았느냐고 따질 수도 없다.
전후좌우에서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의 속도를 보면서 내 속도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먹힐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러다 모두 가자미눈이 될 판이다. 더 이상 부모님께서 주신 예쁜 눈들을 옆 사람 눈치 보느라 찢어진 가자미눈으로 만들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