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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자격과 받을 자격

줄 자격과 받을 자격

2013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매주 하나씩, 한국일보에 모두 52개의 칼럼을 썼다. 미리 쓰겠다고 다짐만 했을 뿐, 항상 마감에 쫓겨서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도 짜증한번 내지 않은 신문사 담당 기자에게 우선 미안하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읽어 준 독자들이 참 고맙다.

돌이켜 보면 후회와 반성이 많다. 좀 더 쉽고 따뜻하게 쓸 수는 없었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쓸 수는 없었나, 너무 뻔한 내용을 갖고 잘난 체만 하지는 않았나, 반성을 안 할 수 없다.

진흙탕 속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면 나도 그 속에 들어가야 했다. 그저 깨끗한 양복에 흙탕물이 묻을까 두려워 ‘잘 나오라’고 손짓만 했다. 가시 덫에 걸려서 신음하는 양을 어떻게 내 손에 상처 하나 없이 구할 수 있나. 그렇게 답도 없는 글을 여러 번 썼음을 고백한다.

근본적으로는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회계사인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쁜 독자들의 시간만 빼앗았다면 혼나야 마땅하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줬다면 몇 마디 핀잔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자격 없는 사람의 주장만큼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

이렇게 남에게 줄 자격도 두렵지만 받을 자격에 대해서는 더 두렵다. 며칠 전 어느 단체에서 주는 감사패를 받았다. 이름이 불려 졌을 때 뜨끔했다. 내가 감사패까지 받을 자격이 되나? 꽃다발까지 받아 앞에 섰는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다. 그 단체를 도왔던 것은 솔직히 내 사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그랬다. 나는 조건 없이 준 적이 없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날 아침. 나이 50을 앞두고 세례를 받았다. 앞에 나가 십자가를 등지고 섰다. 십자가에서 나온 두 손이 나를 안아줬다. 떨리는 나를 껴안았다. 따뜻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십자가를 올려다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문 앞에 앉아서 나갈 준비부터 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난 2013년 한 해를 돌이켜보니 줄 자격도 없었지만 받을 자격은 더욱 없었다.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었지만 앞에 나설 자격은 더욱 없었다.

반성은 발전을 낳아야 한다. 다짐엔 행동이 따라야 한다. 이런 반성과 새로운 다짐들이 내년 2014년에 쓸 칼럼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이런 반성이 내년에는 진흙탕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있음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앉을 때 나갈 준비부터 하지 않겠다. 들어갈 때 발을 뺄 준비부터 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런 반성과 다짐들이 감사와 사랑에 대한 스스로의 자격과 수준을 높였으면 좋겠다.

지난 한 해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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