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유입도 없이 저수지 수위는 상승
한국의 어느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그녀와 남편이 지난 14년 동안 번 것이 180억 원. 여기서 세금 60억 원을 빼면, 남는 돈이 120억 원.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는데도 공직자 재산으로 보고한 것은 오히려 줄었다. 그렇게 앞뒤 계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매달 2,000만 원씩 생활비로 써서 돈이 없다. 이것은 그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이다.
다른 야당 의원은 2009년을 콕 집어서 반대로 물었다. 1년 동안에 늘어난 예금 잔고가 세금신고보다 몇 억이 더 많단다. 다시 말하면, 1년 동안 먹고 살았는데도, 예를 들어서, 세금신고는 10억 원을 했는데 은행잔고가 15억 원이 늘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오해도 있고 미흡한 것도 있고, 그래서 억울한 것도 있어 보인다. 누구 말이 맞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따지는 야당 의원들의 논리가 IRS와 꼭 닮았다는 점을, 나는 짚고 싶다.
예를 들어 보자. 놀부가 보고한 해외금융재산(FATCA와 FBAR)이 2015년에 6만 달러, 2016년에는 9만 달러다. 1년 사이에 3만 달러의 잔고가 늘었다. 그런데 2016년 세금보고를 보면, 바듯 입에 풀칠하는 정도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은행 잔고가 늘었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이자가 붙었든지, 부동산 월세나 전세를 받았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동안 빌려줬던 돈이나 증여를 받아서 입금했든지. 들어오는 물(income)도 없이 저수지(balance)가 높아질 수는 없다.
물론, FATCA와 FBAR의 독특한 은행잔고 보고 방법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흥부의 한국 재산은 국민은행에 몇 년 째 묵혀 둔 10만 달러가 전부다. 그것을 작년 중간에 신한은행으로 옮겼다가, 다시 또 하나은행으로 옮겼다. 그저 10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한 것인데, 각 계좌별로 최고 잔고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총액은 30만 달러로 둔갑한다. 언뜻 보기에는 1년 만에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를 포함해서 나중에 오해를 풀려면 세금보고를 통해서 설명되지 않은 해외계좌의 증가 부분은 반드시 그 증빙 서류를 그 시점에서(contemporaneous records)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세무감사 통보서를 받은 뒤에 짜깁기된 서류들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억력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진실은 이기고, 오해는 결국 풀린다. 그러나 자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오해를 푸는 과정이 길고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