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더 바쁜, 어느 회계사 사무실
3일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 창피한 얘기지만, 며칠 샤워를 하지 않아도,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 더 깨달은 것은, 100개를 준비해도 가장 중요한 1개가 잘못되면 말짱 꽝이라는 것. 어제 밤 2시쯤, 휴대폰의 알람을 3시, 4시, 5시, 이렇게 3개를 연달아 맞춰놓고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놀라서 눈을 떠보니, 벌써 6시. 휴대폰 배터리가 죽어 있었다.
지금의 내 사무실은, 어떻게 보면, 내년 2월, 3월보다 더 바쁘다. 비즈니스 손님들 가결산(假決算 interim) 때문이다. 12월말 법인의 세금보고 마감은 원래 내년 4월 15일(C Corp, single LLC) 또는 3월 15일(S Corp과 Partnership).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계획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특히 12월 31일이 지나가버리면, 합법적인 조정을 하고 싶어도 이미 늦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가결산 개념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서, 1월부터 10월까지 실제로 결산을 해봤더니, 이익이 100달러. 앞으로 남은 2개월(11월과 12월) 동안의 이익이 30달러로 예상된다면, 2016년 전체의 예상 이익은, 100달러에 30달러를 더한, 총 130달러가 된다. 여기서 절세 전략과 아이디어 출발한다. 숫자로 명확한 가결산 장부가 없는, 머릿속 숫자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스몰 비즈니스의 11월 가결산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3개만 살펴보자. 첫째, 사장 본인의 2016년 W-2 금액을 결정하여야 한다. 즉, 얼마를 주급으로, 얼마를 배당금으로, 또 얼마를 다른 방법으로 갖고 갈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둘째, SEP IRA와 생명보험 등을 잘 활용하면 법인세는 줄이면서 노후대책은 마련할 수 있다. 2016년도 SEP IRA 불입한도는 53,000달러 또는 연봉의 25%다. 불입 기한은 내년 4월 15일(또는 3월 15일)까지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대충이라도 세무상 순이익(taxable income)이 얼마나 되는지, 회사 자금사정은 어떤지 미리 챙겨봐야 한다.
셋째, 내년의 투자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도 11월 가결산은 꼭 필요하다. 장비 교체, 가게 공사, 자동차 구입 등, 큰돈이 들어가는 투자는 타이밍이 돈이다. 내년에 취업비자 스폰서나 은행대출, 대학교 학자금 지원(college financial aid) 계획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금년 12월 31일과 내년 1월 1일. 달력으로는 단 하루 차이다. 그러나 세법으로는 하늘과 땅이다. 왜, 그것을 사람들은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