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불의 사나이와 비트코인
2017년의 마지막 한 주는 600만 달러와 비트코인 때문에 바빴다. 옛날엔 오스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뛰거나 소머즈처럼 멀리서 듣는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촌스럽지만 뚜뚜뚜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비행중 사고를 당한 오스틴 대령을 사이보그 요원으로 재탄생시키는데 들어간 돈이 600만 달러.
나도 2017년의 마지막 한 주에 똑같은 돈을 썼다. 손님들이 놓고 간 백지수표에 쓴 세금을 다 합쳐보니 600만 달러.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큰 손님들의 세금보고는 미리 다 끝냈으니, 이번 택스 시즌은 한가할 것 같다.
그 와중에 약속들이나 한 듯,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 상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비트코인인데 가격은 미국이 한국보다 30% 싸다(이것을 한국 프리미엄 또는 김치 프리미엄, 줄여서 ‘김프’라고도 부른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모든 거래는 순식간에 이뤄지며, 거기에는 어떤 위법이나 수수료, 세금도 없다고 가정하자.
내가 미국에서 10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산다. 그것을 한국에 보내서 130달러에 판다. 앉은 자리에서 번 돈이 30달러. 그 돈을 미국으로 다시 송금 받아서, 두 번째 거래를 한다. 이번에는 130달러어치를 사서 한국에 팔면 169달러. 다들 아는 재정거래(arbitrage, 차익거래) 방식인데, 코인의 해외직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렇게 한 시간에 한 건이 가능하다고 치자. 잠도 안자고 24시간 내내 이 미친 짓(?)을 했다면 얼마를 벌었을까? 내 계산이 맞는다면 5만 달러다. 단 하루 만에 투자 원금의 500배를 벌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또는 애매하다고 모두 적법일까? 그리고 지금 위법이 아니라고 나중에도 위법이 아닐까?
몇 년 전부터, 전 세계를 다니면서 비트코인 홍보를 하고 다녔던 대학 후배 때문에 나는 코인의 세계를 남들보다 훨씬 먼저 알았다. 내 사무실을 찾은 사람들도 모두 한창 공부하고 일해야 할 젊은이들. 그런데 앞에서 말한 가정이 틀리면 결론도 틀린 법. 코인을 이용한, 또는 코인을 위한, 불법적인 외환거래와 탈세는 절대로 안 된다.
내가 40년 전, 뚜뚜뚜뚜 담장을 무모하게 뛰어넘다가 무르팍이 깨졌던 것처럼, 삶의 어느 나이엔 내가 가장 똑똑한 줄 알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때가 반드시 있다. 돈을 벌 자유와 기회도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현실의 범위 안에서다. 그 현실의 지경은 매일 조금씩 확장되고 있지만(그래서 기쁘지만), 결국 가상의 블락체인(blockchain)도 현실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그나저나 소머즈와 원더우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