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vs 헬리코박터
헬리콥터와 헬리코박터는 다르다. 헬리콥터는 하늘 위에 있고, 헬리코박터는 내 뱃속에 있다. 키친과 치킨도 그렇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큰 식당을 함께 하던 동업자들이 싸움이 났다. 나를 증인으로 불러 세우는 바람에, 내가 판사 앞에서 증언을 해야 했다. 처음이라 떨려서 그랬는지, 동업자들에게 투자 관계를 키친(kitchen)에서 처음에 말해줬다는 것을, 치킨(chicken)에서 했다고 증언해버렸다. 당연히 법원 속기사는 나를 빤히 올려다봤고, 판사가 다시 물을 때까지 나는 내가 얼마나 무식한 실수를 했는지 조차도 몰랐다. 덕분에 나는 그 딱딱하고 차가운 법정에 잠시나마 웃음을 준 ‘개그맨 회계사’가 되고 말았다. 아마 빨리 끝내고 32가 한인타운에 가서 통닭이라도 한 마리 뜯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헬리콥터와 헬리코박터가 다르고, 키친과 치킨이 완전히 다르듯, 세무회계 용어도 헛갈리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나와 함께 오늘 시간이 되는 데까지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하자. 첫째는 택스 리턴과 택스 리펀드. 말은 비슷한데, 뜻은 완전히 다르다. 택스 리턴(tax return)은 세금 신고서 자체를 말한다. 그 결과 환급받는 세금이 택스 리펀드(tax refund)다. 이제 내년부터는 세금신고 다 해 놓고, 회계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택스 리턴 언제 되느냐고 묻지 말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3주 전에 택스 리턴을 했는데, 택스 리펀드는 언제쯤 나올까요?” 이 얼마나 품격 있고 우아한 표현인가. 이 얼마나 있어 보이는 질문인가.
오늘은 하나만 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흥부 연봉이 8만 달러라고 치자. 거기서 주택 대출금 이자와 재산세 3만 달러를 소득공제(deductions) 받은 뒤, 남는 5만 달러가 과표(taxable income)다. 여기에 세율, 가령 20%를 곱하면 세액(tax) 1만 달러가 나오고, 거기서 세액공제(credits)를 빼주면, 납부할 또는 환급받을 세금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았다. 소득공제 100달러 받았다고 해서 세금이 100달러 줄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액공제 100달러를 받았다는 말은, 대개는 그만큼 세금 자체가 줄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면, 세액공제 방법이 소득공제 방법보다 유리하다. 서울이야 어디로 어떻게 가든지 상관없는지 모르겠지만, 세금 계산은 안 그렇다. 어떤 공제방법을 쓰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말은 비슷하지만, 소득공제는 뺄셈이고, 세액공제는 나눗셈이다.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갖고 온다.
세금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흥분했었는데, 하여튼, 이 정도가 지금 당장 떠오르는, 말은 비슷한데 뜻은 다른 것들이다. 다른 사례들이 더 생각나면, 나중에 한 번 더 얘기를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