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Speak English?
문제는 영어다. 나는 아직도 키친과 치킨이 헛갈린다. 자주 미국 신문을 읽고, 운전을 할 때도 영어 라디오를 들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정작 IRS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는 항상 뭔가 아쉽고, 뭔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실은 내 손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한국이라면 유창한(?) 한국말로 납득시켜서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결과를 만들었을 텐데.
얼마 전 맨해튼에 자동차 운전을 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주차장 입구에서 그동안 듣고 있던 한국 라디오를 잽싸게 미국 라디오로 채널을 바꿨다. 내리는데 주차원이 묻는다.
“지금 누가 이기고 있니?”
“응…?”
내가 뉴욕 양키스 야구 중계를 듣고 있었나 보다.
“… 몰라.”
그 직원은 나를 아주 이상하게 봤을 것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는데도 내 영어는 꽝이다. 내 발음이나 악센트에 내가 불만이다. 아직도, motorcycle 보다는 오토바이라고 말하는 것이 편하고 미국 드라마보다는 한국 드라마에 훨씬 더 마음이 끌린다.
바쁜 이민 생활에서 영어 공부는 항상 뒤로 밀렸다. 그것은 내 아이들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못하면 얼마나 답답한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그렇고 병원에 가서도 그렇다. 그 뿐인가? 남들은 그렇다 쳐도, 내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면 그것보다 더 서러운 일이 없다.
여러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중요성(importance)과 적시성(timeliness)이 충돌할 때가 있다.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나, 아니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당장 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하나? 물론 중요성과 적시성이 모두 높은 것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지금 당장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당장의 시급성에서는 떨어지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영어다. 영어는 재산이다. 네일 가게에서 일반 페디큐어만 하겠다는 손님을 비싼 스파 손님으로 유혹하는 것도 유창한 영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막 온 손님들에게 나는 영어부터 배우라고 권한다. 비즈니스는 천천히 해도 된다. 한국말을 모르는 베트남 사람이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장사를 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미국에서 영어는 곧 돈이다,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