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0-1040 / (718)279-1234

Call Us For Free Consultation

Search
 

이세돌의 패배

이세돌의 패배

20년 뒤에 사라질 직업들이 무엇인가요? 내 대학원 입학 시험문제였다. 몇 개를 적었었는데, 회계사도 그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난 지금쯤이면 로봇이 세금보고를 대신 해주거나, 아니면 정부가 “문주한, 우리가 계산한 네 세금은 얼마야. 그게 싫으면 세무 감사를 받던지” 하는 친절하고도 무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그래서 회계사 업무가 줄어들 것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상상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나는 30년 가까이 계산기 두드려서 번 돈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길렀다.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20년 뒤에 사라질 직업들이 무엇인가요? 오늘 다시 대학원 입학시험을 본다면, 없어질 직업들을 적느라 종이가 부족할 판이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많은 직업들이 지금도 없어지고 있다. 현재 일자리의 47%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들 한다.

근처 은행에 갔더니 창구 직원이 1명으로 줄었다. 대신, 입출금 자동화기계를 그 자리에 설치했다. 노동법 문제도 없고 서로 상처받을 것도 없고, 페이롤 택스 부담도 없는 기계. 그래서 또 누군가는 직업을 잃고 은행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주식거래 게임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긴 것은 한 참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서는 예상대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이젠 창조적이고 정신적인 부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교회에서 로봇의 설교를 들으며 머리 숙이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게 세상은 정신없이 바뀌고 있다.

내가 정신 차리고 싶을 때 마다 꺼내보는 흑백사진이 하나 있다. IBM의 5메가 바이트짜리 하드 드라이브를 옮기는 모습이다. 요새 같으면 노래 한 곡도 저장할 수 없으면서도 덩치는 코끼리만한 컴퓨터를 비행기 화물칸에 싣기 위해서 장정 4명이 낑낑대는 사진이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내일 3월 15일은 법인들 세금보고 마감이다. 누가 더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지난 1년 동안, 어떤 손님은 장사를 잘 했고, 또 어떤 손님은 잘 안되었다. 누구의 은행 잔고는 넘치고, 누구의 은행 잔고는 항상 바닥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모두가 승자가 되는 세상은 현실에 없다. 결국엔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한 발 앞서갈 실력이 안 되면, 그런 실력자 옆에 바짝이라도 붙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나도 살고 내 자식들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