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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

요샌 한가하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손님들 사업체 방문을 하러 많이 다닌다. 지난 주, 커네티컷 어디.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다보니, 깊은 산속이다. 거기서 만난 예쁜 단풍길. 으와 – 까무러칠 정도로 아름답고, 눈물 날 정도로 곱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밀어서도 찍고, 당겨서도 찍고, 못 생겼지만 내 얼굴도 찍고.

단풍 사진을 우리 직원들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길 잃지 말라는 답장들이 왔다. 플러싱 사무실 근처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에게도 하나 보냈다. “왜 이제야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까..?” 그 친구가 슬프게 답장했다. “늙어서 그래.. ㅋㅋㅋ” 맞아, 우리도 이제 늙었구나.

이번 주말에 한국에 잠깐 간다. 워낙 짧은 비즈니스 출장들이라, 친구들 만날 시간은 별로 없다. 그래도, 같이 공부했던 장관을 하는 선배나 국회의원을 하는 친구, 지금까지는 돈 많고 힘 있는 친구들은 꼭 만나고 왔다. 그도 저도 아니면 연예인 친구와 대학로를 걸으며, up된 분위기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옛날에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오면, 쟤 아버지는 무슨 일 하니, 라고 물으셨다. 어떤 친구들은 사귀지 말라고 했지만, 부장판사 아버지에 병원장 이모부를 둔 친구를 데리고 갔을 땐, 일부러 장을 봐서 따뜻한 밥을 다시 내 오셨다.

이번에 한국 가서는, 어머니 옛날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그런 친구들을 만날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 남들이 볼 땐 참 힘들게 살아지고 있는, 그런 친구들을 이번엔 보고 싶다. 며칠 전, 술에 엄청 취한 목소리로 국제전화를 해 온 친구도 그렇다. “야 임마, 나 다음 주에 다 때려치우고 미국 갈 거니까, 자리 하나 봐나!”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인가 보다. 가을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했던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요했던 것들이 심드렁해지고, 작은 것들은 소중해진다. 그래서 나이 든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축복이라고들 하는가 보다.

“한국에 누구 알지?” 했을 때, 그게 대체 누군데?, 하는 그런 친구들과 이번엔 밥 좀 많이 먹고 와야겠다. 이번에 한국서 버는 돈은 모두 그 친구들과 써야겠다. 불을 꺼야 별이 보인다는 말을 이제야 알 것 같다. 힘을 빼야 멀리 간다는 이치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래도 아직 한참 멀었다. 문주한이 사람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