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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vs 회계사 탓

내 탓 vs 회계사 탓

회계의 출발은 숫자들을 장부에 정확하게 적는 것. 그런데 이 회계라는 것은, 실수든 고의든, 장부의 어느 칸에 얼마를 적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가 확 달라진다. 그래서 실제보다 순이익을 부풀리면 분식회계가 되고, 실제보다 줄이면 탈세가 된다.

요새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 기사가 경제면 헤드라인을 타고 있다. 기사 내용이 너무 어려운데, 금융감독원과 참여연대의 주장을 쉽게 요약하면 이렇다. ‘삼성이 계속 적자를 보다가 2015년도에 큰 이익을 냈다. 그것을 근거로, 다음 해에 주식 상장을 시켰고, 그것이 결국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작업 성공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 문제는 2015년도 이익이 장사를 잘 해서 실제로 번 돈이 아니라는 것. 전에 합작 투자했던 회사의 가치를 다시 따져서, 그 차액을 회계장부에 숫자상 수입으로만 잡았을 뿐이라는 것. 따라서 2015년도 이익이 뻥튀기되었기 때문에 상장을 당장 무효화시키고 이재용 부회장 지분 관계도 재검토 되어야 한다.’

결국 의문은 미국 동업자가 콜옵션 행사 안 할 것을 삼성이 미리 알고도 모른척하면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는지, 그리고 투자회사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잡은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갑자기 용감해진 금융감독원이 확보한 스모킹 건이 과연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삼성은 상당히 억울해 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면서 삼성은 화살의 일부를 공인회계사(CPA)들에게 돌리고 있다. 당시에 회계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또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회계처리를 그렇게 했다고 항변한다. 당시의 담당 회계사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들 얘기를 해보자. 다른 회계사들과 싸우고(?) 온, 또는 세무감사에 걸려서 내게 온, 처음 마주한 손님들의 첫 마디는 항상 똑같다. “그 회계사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했다. 내가 시간 많고, 잘 알면 내가 직접 하지 왜 전문가를 썼겠나? 그렇게 엉망으로 탈세한지 몰랐으니, 나는 정말 억울하다.”

한국 삼성의 부자 회계사든, 여기의 가난한 회계사든, 손님에게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손님 탓으로만 돌리는 회계사들은 비겁하다. 그러나 ‘나는 하라는 대로 했으니 하나도 책임이 없다’ 그렇게 말하는 비즈니스 오너들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 회계사는 세금과 회계에 국한된 전문적인 조력자일 뿐, 대신 감옥에 가줄 사람들도, 대신 벌금을 내줄 사람들도 아니라는 것. 그것을 명심해서 사람을 쓰고 서류에 서명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