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한국과 미국의 증여세 비교
한국과 미국의 증여세 비교
한국과 달리, 이틀 동안 자녀들에게 37만 달러를 줘도 증여세에서 해방
8년 전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날, 나는 서울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있었다. 상담자들은 대부분 한국 재산을 정리해서 미국이나 캐나다로 탈출하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간첩(?)이 대통령 되었으니, 우리나라 망했다고 말하는 분도 계셨다.
그 중에서, 어느 노부부의 말은 지금도 생생하게 귓가에 남아있다. “문재인 싫어서 도망가려는데, 또 문씨(文氏)네?” 문주한이라는 내 명함을 받자마자 그 분의 첫 마디가 그랬다. 이유야 어쨌든 죄송하다고 하면서, 멋쩍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8년이 흐른 지난주, 한국 국회는 증여세와 상속세 개정안을 결국 부결시켰다. 부자 감세는 나도 싫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10만 달러 줬다고 10% 세금을 떼어가는 것은 너무 심하다.
사는 것이 팍팍할 땐 미국에 괜히 이민 왔다 싶다가도, 한국 세금 생각하면 잘 왔다 싶다. 미국의 연방 증여세/상속세 평생공제(lifetime exclusion) 한도는 1,400만 달러. 먼저 사망한 배우자가 사용하지 못한 한도까지 합치면, 부부 400억 원까지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하나도 없다(IR-2019-189). 걱정 없이 줄 수 있고, 걱정 없이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둘째, 증여세 연간공제액(annual gift tax exclusion)은 돈을 받는 수증자 1명당 18,000 달러다(2025년은 19,000 달러). 이 금액이 넘지 않으면 증여세 신고조차 필요가 없고, 앞의 평생공제 사용한도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예컨대 남편이 자녀와 손자들 총 5명에게 1명당 18,000 달러씩, 총 9만 달러를 금년 12월 31일에 주고, 내년 1월 1일에 또 1명당 19,000 달러씩, 총 9만 5천 달러를 줘도 세금 신고할 것이 없다.
은행 계좌를 별도로 갖고 있다면 부인도 똑같이 줘도 마찬가지다. 즉 그 부모는 이틀 동안 37만 달러를 자녀들에게 나눠줘도 (그럴 돈이 없어서 문제이지) 증여세 내는 것은 물론, 신고조차 할 필요가 없다.
요새 많이들 걱정하는 것이 대통령이 바뀐 뒤에 한도가 줄어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 이 평생공제 한도는 줘버리면 끝이다. 나중에 세법이 바뀌어서 한도가 예컨대 500만 달러로 줄어들어도, 과거에 한도가 높을 때 이미 증여한 것에 대해서는 ‘줬다 뺏는’ clawback을 당하지 않는다(Regs. Sec. 20.2010-1(c)). 안심하고 줘도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 쓰고 죽으면 상속세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