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 한국 양도소득과 NIIT 세금 (3)
인터넷도 스마트 폰도 없던 시절의 한미조세조약, 이젠 바뀔 때가 되었다
한국에서 아파트 팔고 세금 냈으면, 미국 세금 신고할 때 credit 받을 수 있다. 그러나 NIIT(net investment income tax)라는 세금에는 IRS가 계속 credit을 안 주고 있다.
내가 아무리 한국에서 세금을 많이 냈어도, 그것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NIIT 세금을 전부 내야 한다. 주 정부 세금도 속이 쓰린데, 이것까지 외국납부 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을 못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IRS의 입장은 외국납부 세액공제 조항은 연방 세법 1장에 나와 있고, NIIT는 세법 2장에 나와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는 논리다. 쉽게 말해서 ‘사는 동네가 다르니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이다.
IRS가 내세우는 두 번째 논리는 NIIT라는 세금은 2013년에 생겼고, 한국과 미국이 맺은 조세조약은 한참 전인 1976년에 먼저 체결되었으니, 조약체결 뒤에 생긴 새로운 세금에 대해서는 이중과세 방지조약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미국 연방세법에서 1장과 2장을 나눈 것은 그저 기술적 분류에 불과하고, 조세조약에 도장 찍을 때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 누가 알았겠나? NIIT는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의 재원 마련 때문에 생긴 Obamacare Tax다.
한미 조세조약(US-Korea tax treaty)이 체결된 뒤에 NIIT라는 세금이 새로 생겨서 credit을 줄 수 없다면 그 조약을 바꿔야 한다. 사실 현행 한미 조세조약은 너무 오래됐다.
그 조약에 ‘연간 3000달러 기준’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히브리 시대 화폐단위 같다. 그 정도 금액이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매일 ‘해석’ 갖고들 싸운다. 그 당시에 조약 만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지고 없다. 무슨 뜻으로 썼냐고 물어볼 데가 없다. 그러니 내 해석 다르고 네 해석이 다른 것이다.
조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물리적 고정사업장(PE)’. 요즘 같은 클라우드와 원격 서비스 시대에 그것 갖고 싸우느라 회계사와 변호사들 주머니만 두둑해지고 있다. 그 조약에는 LLC 같은 성격의 사업체는 나오지도 않는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그런 식이다.
조세조약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다. 나는 탈세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국에서 아파트 팔면서 낸 세금에 대해서 미국에서 이중과세가 안 되도록 그 조약 좀 양자협상으로 바꿔달라는 것뿐이다.
이 조약이 체결될 당시 한국은 1인당 GDP 1700달러의 개발도상국이었다. 미국의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니 한국은 원천지국(source country)으로서의 과세권을 상당 부분 양보했다.
이제는 반대로 많은 한국 사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한국에 재산을 가진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는 조약도 바뀔 때가 되었다. 자동차는 많아지고 도시는 복잡해지는데 50년 전에 만들어진 교통신호를 그대로 두고 있는 꼴이다. 그러니 돈이 오가는 도로는 얽히고설키고 막히고 때로는 부딪힌다.
한미 조세조약이 체결되었던 1976년이면 인터넷도, 스마트 폰도, 암호화폐도 없었던 시절이다. 영국 2001년 개정, 일본 2003년 전면 개정, 독일 2006년 개정. 한국은? 지난 50년 가까이 단 한 글자도 안 바꿨다. 이 낡은 조약 때문에, 그리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무능과 나태함 때문에, 여러분들은 혹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고 있지는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