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으로 산다는 것 – 우리는 왜 사장님의 등을 토닥여야 할까
요즘같이 팍팍한 경제 현실과 예측 불허의 경영 환경 속에서, 이 글이 사장님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젊은 직원들에겐 사장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사장님들에게, 특히 스몰 비즈니스 오너들에게 뜨거운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사장’이라는 자리다. 겉모습과 달리, 무거운 책임과 외로움을 짊어진 자리다. 나는 회계사라는 직업 덕분에 많은 사장들을 만난다. 그분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우리 힘든 거, 아무도 몰라요.’ 그 속엔 말로 다 표현 못할, 깊은 한숨과 회한이 담겨 있다.
사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또박또박 주급을 받기만 해본 사람은 잘 모른다. 주급을 ‘줘 본 사람’만이 그 책임의 무게를 안다. 사장의 달력은 직원의 달력보다 빠른 법이다. 그 뿐인가? 가게에서 제일 늦게 불을 끄고 나가는 사람도 우리 사장님이다. 그들은 밤이 깊어도 홀로 불을 밝혀야 하는 등대 같은 존재다.
그리고 사장님들은 외롭다. 때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홀로 씨름하며 밤을 지새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한 시간이다. 삼성그룹에서는 CEO를 선발할 때 ‘얼마나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는가’를 꼭 본다고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술집에서 가장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은 말단 직원이 아니라, 외로움에 지친 사장들이라는 말도 있다.
직원과 사장은 생각의 범위와 입장이 다르다. 그러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길 건너에 빈 가게 자리가 하나 생겼다. 커피숍 사장님은 순간 긴장한다. ‘혹시 저기에 경쟁 커피숍이 들어오면 어쩌지?’ 그러나 그런 걱정까지 하는 직원들은 드물다. 어쩌면 새 가게가 생기면 거기로 옮길 생각부터 할지 모른다.
사장과 직원은 생각의 방향부터, 시선의 초점까지 다르다. 원래 그렇다. 그런데 멀리 보면, 젊은 직원들도 언젠가는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된다. 사장이 잘 되어야 모두가 잘 되는 법.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입장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장이다. 사업체에서는 사장이 그 선장의 역할을 한다. 배는 그냥 바다에 떠 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야 진짜 ‘항해’가 된다. 아무 방향도 없이 떠다니다보면, 결국 그 배는 침몰하고 만다. 조직에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조직의 힘이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장님이 계신다.
여기 말과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서, 가족의 생계와 직원들의 미래까지 책임지는 그 무거운 짐, 그리고 외로움과 불안을 견디며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이민자 사장들. 진정한 이 시대의 캡틴은 그들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일 아침엔 일찍 출근해서, 사장님 책상 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올려두면 어떨까. 노란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어서 말이다. ‘사장님, 힘내세요.. ^^’ 작은 행동 하나가, 어쩌면 그들의 고독한 항해에 든든한 동료애를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는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뜨거운 동지들이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