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 소돔 성이 무너질 때, 뒤를 돌아본 사람(롯의 아내)은 살지 못했다
소돔 성이 무너질 때, 뒤를 돌아본 사람(롯의 아내)은 살지 못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본사가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이사 간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나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들은 것을 모두 말할 수 없는 것이 회계사라는 직업이다. ‘내 입술 무게가 내 몸무게의 90%’라는 말은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동네의 세원 하나가 줄었으니, 집 재산세가 올라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세금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의 본사 이전 결정은 충분히 타당하다. 텍사스는 법인세가 없다. franchise (margin) tax라는 것이 있는데 대부분 크지 않다.
‘뉴저지 땅’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식당이나 일반 소매업처럼 지역 밀착형 업종이 아니라면, 굳이 세금 높은 ‘뉴저지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앞으로 돈이 많이 벌릴 것으로 예상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세금이라는 것이 모든 의사결정의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서, 주식이나 부동산은 1년 지나서 팔아야 세금이 낮다. 장기보유(long-term capital gain)에 따른 세금 혜택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데도 1년을 채우겠다고 버티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작년 6월 6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6만원에 샀다. 지금은 36만원이라고 하자. 1년 동안 6배가 올랐다. 그런데 내일 당장 주가가 30%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면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세금 때문에 하루 더 갖고 있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하루가 부족한 오늘 6월 5일에 팔아서 장기보유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과 주가 폭락의 예상 손해를 비교해서 현명하게 결정할 일이다. 중요한 결정이 세금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세금은 중요한 변수지만, 모든 변수는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이유가 세금이든 무엇이든 본사를 옮기겠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면, 그 다음 절차는 간단하다. EIN(연방 사업자 등록번호)과 법인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redomestication(호적을 다른 주로 옮기는 state-to-state domestication), 즉 conversion(법인 전환)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물론 간단하게 텍사스에서 영업 허가만 받는(foreign 등록) 방법도 있지만, 본적지로서의 뉴저지 신고의무가 계속 남기 때문에 뭔가 꺼림칙하다. 뉴저지로 다시 돌아올 일이 없다면 완전히 호적을 파버리는 것이 깔끔하다.
대략적인 절차는 텍사스 가등록 → 뉴저지 승인 → 텍사스 최종 등록 → 연방 IRS 주소변경 등으로 진행이 된다. 물론 여기저기 작성할 서류들이 많지만 그것은 변호사와 회계사들의 일이다. 사업체 입장에서는 서명 몇 번을 한 뒤 4개월이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다.
중요한 것은 넘칠 정도로 충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일단 본사를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뛰라는 것. 그것이 최선이라면, 떠남을 주저하지도 말고, 떠남을 두려워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소돔 성이 불에 탈 때,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그래야 살 수 있다.’고 천사들이 경고했다. 롯과 그 가족들만 천사들의 말을 듣고, 앞만 보고 높은 산으로 달렸다. 그러나 두고 온 삶에 미련이 남았던 롯의 아내는 결국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 자리에서 굳어 ‘소금 기둥’이 되고 만다.
나는 10년 전에도 오늘과 같은 내용의 신문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다시 쓰며 마무리를 하고 싶다. 경영 환경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을 붙들고 하늘 탓, 정부 탓만 한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날 수밖에. 떠나라, 그래야 산다면 미련 없이 떠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