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 주식의 두 얼굴 – 한국(비과세) 주식 대박에 미국(과세) 세금 걱정
주식의 두 얼굴 – 한국(비과세) 주식 대박에 미국(과세) 세금 걱정
한국에 증권계좌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국의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이 미국보다 보기 편해서 그럴까? 아니면 시차 덕분에 퇴근 후 저녁 시간에 거래할 수 있어서일까?
어쩌면, 우리 같은 개미 투자자들의 일반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세금(주식 양도소득세)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자금 이동과 환율 문제가 없다면 한국 등 외국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것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에서 번 돈도 미국에 신고를 꼭 해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물론이고 미국 세법상 거주자(resident alien)가 되었으면, 미국 세금보고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보통 IRS 양식 8949와 Schedule D).
매도대금이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돈으로 한국에 아파트를 샀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돈을 송금했는지가 아니라, 주식을 팔아서 이익이 실현되었는지가 과세 시점을 결정한다. 한국에서 비과세라는 사실이 미국에서도 비과세라는 뜻은 아니다.
계산 방법은 미국 주식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각 거래에 대해서 환율이 개입될 뿐이다. 이 환율 때문에 원화 기준으로는 분명 손해를 보고 팔았는데, 미국 달러로는 오히려 이득인 경우가 생긴다.
주의할 세무 이슈가 두 개 더 있다. 첫째, 연방 세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state) 소득세도 있다는 것. 더욱이 IRS는 1년 넘게 장기 보유한 주식(long-term capital gain)은 세율을 낮게 해주는데, 뉴욕과 뉴저지를 포함한 많은 주들이 그런 장기 보유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뉴욕시 거주자들은 NYC 세금이 또 붙는다. 소득이 높으면 3.8%의 투자소득세(Net Investment Income Tax)가 추가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에 납부한 세금이 없으니 외국납부 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 받을 것이 없다.
둘째, 최근에 부쩍 늘어난 상담이 한국 ETF와 펀드에 대한 문제다. 미국 세법상 PFIC, 즉 해외 수동적 투자회사(Passive Foreign Investment Company)에 해당되면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IRS 양식 8621).
이것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 세미나와 칼럼에서도 여러 번 다뤘었다. 그런 상품들은 국제세무 경험이 많은 전문 회계사(cross-border CPA)와 미리 상의한 뒤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접근 방법에 따라 세금과 벌금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 맨해튼에서 3일간 열린 IRS 세금 포럼(Nationwide Tax Forum)에 다녀왔다. 거기서도 이 얘기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어느 회계사가 자기 고객에게 ‘세금신고를 위해서 증권회사에서 1099-B를 받아서 보내라.’고 했는데, 그 고객은 거래하는 해외 증권회사로부터 ‘들어보지도 못한 양식‘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고객은 담당 회계사에게 그동안 해외 자료를 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그 돈을 미국에 갖고 오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누락된 해외계좌 신고(FBAR와 FATCA 양식 8938)와 맞물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가 그 방에서 그날 있었던 열띤 토론의 주제였다.
세금에 대한 고민은 돈을 번 뒤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투자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갈 문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어떤 문도 열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한국 증권계좌는 아무 죄가 없다. 고민만 하면서 미루고 있는 주인이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