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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부부가 각자 세금신고

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부부가 각자 세금신고

부부가 각자 세금신고

 

세금신고를 부부가 따로(married filing separately) 하는 4개의 이유

 

부부라고 해서 꼭 세금신고를 같이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joint)해도 되고, 따로(separate)해도 된다. 물론 대부분의 부부는 함께 신고한다. 그것이 세금 계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따로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부부인데도 세금신고를 따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어떤 고객들에게는 따로 신고를 하라고 먼저 권유를 하는 것일까?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부부 전체적으로 세금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는 경우도 아니다. 예컨대 둘의 소득 차이가 아주 큰데, 소득이 낮은 배우자가 큰 병원비를 냈을 때가 그렇다. 소득이 낮은 배우자가 혼자 세금신고를 하면, 본인의 병원비 공제를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두 번째 이유는 별거 중이거나 이혼을 앞두고 있는 경우다. 때로는 돈과 세금보다 상처와 감정이 앞선다. 내 세금 신고서에 상대방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싫다. 나중에 재혼한 배우자에게 헤어진 사람의 이름이 함께 올라간 세금신고서를 보이기가 민망할지도 모른다.

부부가 따로 세금신고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학자금 대출 상환액을 줄이기 위해서다. 예컨대 월급의 5%까지만 갚으면 되는 학자금 대출(income-driven repayment plan)이 남편에게 있다면, 아내 월급이 합쳐지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나아가, 배우자에게 세금이나 자녀 양육비가 밀려있는 경우도 따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네 번째 이유는 (이 이유가 가장 많다) 배우자의 탈세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세금신고서에 함께 서명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도 공동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IRS는 같은 편지를 남편에게도 보내고 아내에게도 보낸다.

여기에는 피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개 있는데, 배우자의 탈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적어도 공모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innocent spouse relief(IRS 양식 8857) 방법, 내 소득에 대해서만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separation of liability relief 방법, 그리고 내가 배우자의 세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equitable relief 방법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해보면, 세금보고서에 서명할 당시에 배우자의 탈세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면(actual knowledge or reason to know) IRS 면책을 인정받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IRS는 탈세한 돈을 함께 사용했는지도 추궁한다. 표현이 거칠지만 ‘탈세한 돈을 당신도 함께 쓰지 않았느냐. 둘 중 누가 감옥에 가겠느냐.’는 식으로 집요하게 따지기도 한다. 부부간의 의리와 내 살길의 갈림길에서 혼자 외롭게 결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