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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정보의 비대칭 – 숨기는 자와 찾는 자 (IRS), 누가 이길까?

중앙일보 칼럼 [세금/회계] 정보의 비대칭 – 숨기는 자와 찾는 자 (IRS),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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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비대칭 – 숨기는 자와 찾는 자 (IRS), 누가 이길까?

 

중고차 시장에 가보자. 중고차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다. 판매자는 사고나 침수, 고장 정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숨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서다. 반대로, 구매자는 그 차를 오늘 처음 봤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꼼꼼하게 찾는다. kelley blue book에서 중고 시세를 알아보고, carfax에서 주행거리 조작 여부도 확인한다. 그러나 기를 쓰고 뒤져도 정보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결국 판매자다.

이렇게 양쪽이 갖고 있는 정보에서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라고 부른다. 중고차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결혼 시장, 보험 시장에서도 나만 알고 있는 ‘숨겨진’ 정보들이 있다. 나는 알고, 상대방은 모른다. 지하실의 하자를 숨기고 집을 내 놓거나, 나이를 속이고 맞선 보는 것, 또는 가족력을 숨기고 생명보험을 드는 것 등이 그 사례들이다. 당연히 거래의 상대방은 조금이라도 숨겨진 정보를 더 찾기 위해서 애를 쓸 것이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납세자와 IRS(국세청)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 말이다. 납세자 자신은 내가 얼마를 벌었는지 안다. 현금으로 받은 주급처럼, 납세자가 ‘잘 숨기면’ IRS가 모를 수밖에 없다. 애인과 밥 먹은 것을 회사 비용으로 공제해도 IRS는 금방 알 수 없다. 그러니 이 정보 싸움에서 IRS는 항상 불리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중고차 구매자와 같은 처지다.

그런데 앞으로도 IRS가 계속 이렇게 불리할까? 앞으로도 납세자는 ‘숨겨진 정보’를 통해서 탈세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더 강력해진 법률과 IT 기술의 발전, 국가간 협조, 그리고 제도적 행정적 장치가 이 비대칭 문제를 점차 해소시키고 있다.

은행에 현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때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의심스러우면 은행은 정부에 일러바친다(CTR, SAR, 8300 신고). 자기들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 없네?!’ 하는 자기 확신에 그 일을 계속하다보면, 어느 날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IRS에서 아무 말이 없다고 해서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더 커질 때까지, 더 많이 모일 때까지, 그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IRS 양식 1099-K, 1099-DA 등을 통해서 IRS는 소득과 거래정보의 수집망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최종적으로 거의 모든 과세 정보가 IRS 시스템 내로 집약되는 구조로 진화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의 세무서 직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그들의 정보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겁을 주기 위해서 지어낸 말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목격했다. 몇 년 전에 어디서 커피 마신 것까지 알고 있다.

알 카포네를 체포한 것도 국세청(IRS)이다. 연방수사국(FBI)이 10년 동안 폭력, 마약, 밀수 등 여러 혐의를 갖고 실패한 수사를 IRS가 탈세 ‘돈 줄’ 정보로 잡았다. 언젠가는 한국 등기소와 세무서의 부동산 거래 자료까지 미국 IRS와 공유되는 날이 올 것이다.

정보의 저울은 납세자가 아니라 IRS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 납세자는 더 이상 자신의 소득 정보를 독점할 수 없다. 내가 얼마 벌었는지를 나보다 IRS가 더 빨리 아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정해야할 것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들은 잡지 않는 것이지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정보 싸움의 승자는 IRS 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공한 혁명과 실패한 혁명이 있듯이, 성공한 탈세가 있고 실패한 탈세가 있다. 모든 실패는 그 대가가 따른다. 그 대가를 치를 자신이 없으면 생각도 말자. 그것이 혁명이든 탈세든. 모든 기록과 기억은 두고두고 남게 마련이다.